https://www.youtube.com/watch?v=NSXE-MJuytg
“이 가방 속 짐이 산티아고까지 가져온 내 고민과 같은 게 아닐까?”
내용 정리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30년 차가 다 되어가는 배우 입니다.
지난 몇 달 동안 저는 초보 여행자로 살아왔어요. 산티아고 순례길 800km를 걸었고, 지난 9월에는 포르투갈 길 650km를 여행했습니다. 사실 50이 넘도록 혼자 여행을 해본 적이 없었어요. 집을 떠나 혼자 떠나는 것 자체를 생각해 본 적도 없었죠. 용기가 없었던 거예요. 그런데 나이가 들다 보니 꼭 한 번은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강하게 도전해 봤어요.
여행을 결심한 후 한 달 전부터 짐을 싸기 시작했어요. 배낭여행이니까 가방을 가볍게 챙겨야 했죠. 경험자들의 가이드북을 참고해 꼼꼼하게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짐을 싸다 보니 ‘이것도 필요할지도 몰라’ 하면서 자꾸 짐이 늘어났어요. 결국 배낭 무게가 15~20kg에 육박했습니다. 저는 그게 정상인 줄 알고 가져갔죠. 그런데 가방을 메고 걷다 보니 너무 무거운 거예요. 다른 외국인들의 가방을 보니 제 것보다 훨씬 작고 가벼워 보이더라고요.
어떤 여행객이 제게 물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무거운 가방을 들고 걸어요?” 그때부터 매일 숙소에 들어올 때마다 짐을 줄일 방법을 고민했어요. 그런데 정작 아무것도 버리지 못하겠더라고요. 다 필요할 것 같았거든요. 결국, 무거운 가방을 들고 계속 걸어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점점 지쳐갔어요. 그때부터 하나씩 버리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 가방 속 짐이 산티아고까지 가져온 내 고민과 같은 게 아닐까?”
그렇게 걷다 보면 몸도 아픕니다. 허리도 아프고, 근육통도 오고, 목도 결려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지나면 통증이 자연스럽게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몸이 적응하는 거죠. 하지만 인간이 간사한 게, 걷는 게 익숙해지면 또 지루함이 찾아와요. 다행히 같이 걷는 동행이 있어서 그 지루함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함께 이야기도 나누고, 각자 시간을 가지고 싶을 땐 서로 배려하는 무언의 신호도 생겼어요. 예를 들어, 혼자 걷고 싶을 때는 조용히 이어폰을 꽂아요. 그러면 상대도 알아채고 자연스럽게 거리를 둡니다.
그러다 보면 한국 사람들도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한국인들끼리는 처음엔 쉽게 말을 걸지 않더라고요. 서로 눈을 마주치다가도 피하고 지나가요. 그런데 저는 용기를 내서 먼저 물어봤어요. “혹시 한국 분이세요?” 그러면 그제야 대화가 시작되죠. 그렇게 만난 사람 중에는 제 고등학교 후배도 있었어요. 그런데 그 후배가 저를 알아봤으면서도 말을 못 걸었다고 하더라고요. 이유를 물어보니, 제가 아는 척하는 걸 싫어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어요. 저는 나름 사교적인 성격이라고 생각했는데, 남들이 보는 제 모습은 다르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내가 먼저 다가가야 사람들이 나를 더 잘 알게 된다는 것도 배웠어요.
산티아고 길을 걸으며 알게 된 게 하나 더 있어요. 그 길에는 보이지 않는 법칙이 있다는 겁니다. 서로 돕고 배려하는 법칙이요. 예를 들어, 제가 장갑을 떨어뜨리면 뒤에 오는 사람이 주워서 돌려줍니다. 말은 안 하지만, 길 위의 모든 사람들이 서로를 ‘동행’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던 거죠. 하지만 항상 좋은 사람만 만나는 건 아니에요.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도 만나죠.
제가 여행 중에 만난 한 무리의 독일인들이 그랬어요. 그들은 시끄러웠고, 기본적인 예의도 부족해 보였습니다. 어느 날, 우리가 저녁을 먹고 있는데 그들이 와서 자리 좀 비켜달라고 했어요. 음식을 다 준비했으니 자리를 내달라는 거였죠. 같이 간 친구가 “비켜주자” 해서 양보했어요. 그런데 나중에 친구가 그러더군요. “저 사람들이 한국인들을 험담하는 걸 들었어.” 그 친구는 독일에서 오래 살아서 독일어를 잘 알아들었거든요. 그 말을 듣고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신기한 일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목적지인 산티아고에 도착한 날, 그 독일인들과 다시 마주쳤어요. 그들은 저희를 보자 활짝 웃으며 팔 벌려 다가와 포옹을 했습니다. 그 순간, 유쾌하지 않았던 감정이 눈 녹듯 사라졌어요. 아마도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 때문에 생긴 오해였겠죠. 그리고 깨달았어요.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포옹, 따뜻한 미소, 가벼운 어깨 두드림이 갈등을 해소하는 더 큰 언어가 될 수 있다는 것을요.
여행 중 가장 힘들었던 것 중 하나는 벌레에 물리는 일이었어요. 빈대에 심하게 물려서 정말 고생했죠. 그 뒤로는 순례자 숙소에 들어가는 게 무서워지더라고요. 옷이나 침낭을 모두 소독하지 않으면 버려야 했거든요. 그런데 그때 순례길을 함께 걷던 한 분이 자신의 숙소 리스트를 나눠줬어요. 그리고 혹시 우리가 언어가 서툴러 어려움을 겪을까 봐 예약까지 대신 해줬어요.
그렇게 저는 여행 내내 많은 도움을 받으며 길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어요. 길 위에서의 작은 배려와 나눔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요.
English ver.
Hello, nice to meet you. I’ve been an actor for 30 years. Over the past few months, I have lived as a beginner traveler. I walked 800 km on the Camino de Santiago, and last September, I traveled 650 km on the Portuguese route.
Honestly, I had never traveled alone after turning 50. I didn’t have the courage. But this time, I really wanted to try it. So, I made a firm decision and set off.
I started packing a month in advance. Since it was a backpacking trip, I needed to keep my load light, but everything seemed necessary. Even though I tried to reduce my luggage, it wasn’t easy. In the end, I carried a heavy backpack weighing 15 to 20 kg. But as I walked, I realized it was too heavy and started letting go of things. That’s when I noticed how my worries resembled my baggage.
Walking was physically painful. My back hurt, and my muscles were sore. But after a week or ten days, my body adapted. People are fickle, and simply walking can become boring. Fortunately, I had companions to chat with, and sometimes, we walked in silence. When someone put on earphones, it became an unspoken signal that they wanted to be alone.
Even when I met Koreans, we didn’t immediately talk. But when I gathered the courage to speak first, conversations began. I even met a junior from my high school. He recognized me but didn’t approach me because he thought I disliked such interactions. That made me realize that how others see me might be different from how I see myself.
I also experienced minor conflicts with fellow travelers. But in the end, a single hug and a smile resolved all misunderstandings. I learned that warm gestures can sometimes be a more powerful language than words.
I struggled with bedbug bites, which made me afraid of entering hostels. However, another pilgrim generously shared their accommodations with me. The Camino had its own invisible rules of kindness and sharing. Through this journey, I learned so much and returned with a fuller heart.